고우영 - 일지매

고우영 일지매 전8권 세트 (MBC ‘돌아온 일지매’ 드라마 원작)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나의 점수 : ★★★★★


고우영 화백의 만화는 희한한 흡입력이 있다.
한 권, 한 권 어려우면서 전체적으로 쉽고, 숨가쁘게 진행하면서도 숨돌릴 틈을 준다.
나를 쥐락펴락하는 무형의 끌림이 주말내내 내 독서력을 향상시킨 느낌이다.

익숙한 그림과 한편으론 시시껄렁하게 보일 법도 한 개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헐렁하게 볼 수 없는 그만의 가치를 여기저기서 찾아낼 수 있다.

책 한 권을 붙잡으면 절대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요즈음 한창 신나게 방영한다는 드라마 일지매는 어떨까 싶지만, 그림으로 얻게 되는 감상과는 다른
디테일 덕분에 시청에는 다른 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어떤 줄거리인지는 알겠다만.

철저히 허구이지만, 왜인지 허구같지 않은 건 요새 상황이나 그 당시 상황이나 고故 고 화백의 인식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조금 다른 얘기 - 영웅을 바라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영웅이 나타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조금 고민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소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 시절 십팔사략으로 처음 접하게 된 그의 작품은 이제 삼국지를 넘어 일지매까지 다다랐다.
무슨 작품이 되었든 실망한 적은 없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작품'도 소장하려는 생각이다.
즐거운 주말이었다고 자부하면서..

by AcidHouse | 2009/02/09 00:52 | Video, .. | 트랙백 | 덧글(2)

오영욱-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오영욱 지음 / 예담
나의 점수 : ★★★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에 이은 오기사 아저씨의 두 번째 책.

별 생각 없이 집어들어 산 책인데,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양날의 검이다.

일단 크기도 만만치 않고 의외로 무겁다.

그리고 크기와 무게에 비해 무게감 없을 법한 내용과 성의 없이 보이는 스케치.
이상은 이 책을 보고 집어 든 내 친구의 짧은 변이었다. '1/3이면 한 권 만들겠구만.'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에 대한 반론으로 내 놓은 게 '책 읽기의 한 가지 팁은 편집의 묘미잖아-.' 였다.

그렇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풍경과 누더기 사진, 그리고 짧은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

오롯이 그의 감성에 묻혀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런대로 지면 할애의 법칙에는 그의 단편적인 의식이 깔려 있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우리네 고뇌처럼, 그의 책 역시 가볍기도 하면서 무겁기도 한 경험과 그 발로의 생각과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일어난 곳의 스케치가 함께 한다.


건축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스케치 실력이 허접해 보이면서도 놓치면 아쉬울 것 같은 기운을 살포시 풍긴다.

전작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상에 주력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참 많이도 다니셨다-_-)

찍은 사진과 짧은 노트와 스케치들이 가득하다. 정말 책을 내려 마음을 먹으면 이렇게도 낼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개인적인 소회라고 볼 수 있을 터이기도 하겠다만, 그의 여로를 통해서 내 삶의 일부를 되새겨볼 생각이 드는 걸 보니

헛되이 만들어지는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게 살만 한 장점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책을 집어드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쉽사리 높은 별점은 주지 못하겠다.

권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 가볍게 보기라면 역시나 좋을 법한 책이겠지만 말이다.

이 사람의 존재(?)를 알려준, 전직 건축 잡지 기자 친구 녀석은 지금 뭐하고 있을지 잠시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 아이의 취미도 자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자리에서의 스케치였다.
 
한 번은 '대충 그린 듯 한데 멋있다' 라는 말에
 
'대충 그린 건 아닌데..'하며 말을 흐린 적이 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
 
(스케치 실력이 허접하다는 취소해야?;;)

by AcidHouse | 2008/06/09 00:48 | 트랙백 | 덧글(5)

결혼식, 지인과의 대화, 익명과의 여행

아끼는 후배의 결혼식이었다. 혼배 미사로는 세 번째. 이제는 조금 익숙한 공기가 느껴진다.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조금 성가신 면이 없진 않아도 푸근한 느낌을 주는 건,

신도들이 함께하는 축복 때문이 아닐까 한다. 몽환적인 성가대의 음색도 한 몫하고.

예상보다는 사람이 적어서 놀랐다. 신랑쪽은 좀 더 심했고.


항상 결혼식에 가면 나의 결혼은 어떤 식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밑그림이라도 그려 놔야 나중에 하고 싶은 '형식'을 갖출 수 있지 않은가 한다.

호텔? 야외 결혼식? 선상 결혼식? 뭐가 되었든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게, 예식도 중요하지만 잔치라는 생각도 들 수 있는

그런 시간과 장소를 만들고 싶다. (일단 그러기 위해선 자금이 많아야 한다..아직음 꿈만 꾸는 일-_-)


지인이 섞인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학부/대학원.

일단은 오랫동안 못 봤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길게는 4년만에 본 사람도 있고 짧게는 반 년 전에 본 이도 있고. 각자 위치에서 잘 살고 있는 모양새였다.

결혼식에 올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걸 인지하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의사겠지만.

예닐곱의 후배와 동기 둘. 사진 촬영과 피로연 후에 근처 커피빈으로 자릴 옮겼다.

아무리 같은 과를 나오고 얼굴 익힌 세월이 1 년을 넘기더라도, 많이 달라졌을 각자 삶을 친숙하게

이야기 해 주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잘 알고 있지 않아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주요한 이유인 듯. 결국은 공통이 될 수 밖에 없는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나

대학 때의 추억이 대부분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결혼식과 커피빈에서의 수다를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 친구 마중을 가 보기로 했다.

누굴 몸소 찾아 나서는 일은 잘 안 하는 터인데, 어쩐 일인지 발길은 그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타 본 공항 철도. 작년 이맘때 왔을 땐 막 완공에 임박했다는 배너가 붙었는데,

깔끔하고 조용한 교통수단이 된 것 같다.

차 내의 익명들은 그 수가 적을수록 내게 친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같은 곳으로 향하는 다른 누구, 다른 마음. (혼자 설레발일 수도 있겠다 -_-;;)

오늘은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휴대전화를 나란히 꺼내 놓은 어느 여자분의 하이힐 부츠에

친밀함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누굴 만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가는지..

쓸데 없이 즐거운 일을 찾으려는 나의 노력의 일환일지도 모르겟지만, 이런 자잘한 일들이 신날 때가 종종 있다.


공항에서의 시간은 참 고무줄이다. 분명 도착하기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닿아 밥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차 시간을 확인하고 몇 군데 사이트를 돌아다닌 10분이 지났다 손 치더라도

한 시간이 훌떡 가버린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저녁은 집에서 해결 해버린 격이 되었다.


일 년만에 본 친구는 여전했다. jetlag으로 좀 피곤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으려나. :) 건네준 커피가 도움이 되길..

오랜만에 긴-. 여정이었다.

by AcidHouse | 2008/06/08 03:11 | Dico, ..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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