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 보통의 존재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나의 점수 : ★★★★★





감히 내가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어떤 글을 엮어 한 권의 완성본으로 만들겠다 하면
바로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동질감이 느껴지던 글묶음이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쓰는 평범한 글들.

가끔은 내가 지나쳐버렸던 꼬리를 잡아 확 펼쳐 그 안의 어떤 생각들로 날 매료시키기도 하고
종종은 나와 비슷한 계기로 습관 비슷하게 되어버린 이야기들도 있었고
자주 어떤 생각의 흐름이나 호불호의 노출이 나의 그것과 닮아 신기하단 생각도 들었고
대체로는 그의 생각의 시작이나 과정이 나와 비슷해도 어휘로써 맺는 그의 결론은 나와는 사뭇 다르다는 독후감에
왜인지 모를 뿌듯한 동류 의식도 들기도 했다.

그가 겪어온 그 수 많은 경험의 산물과, 거기서 비롯된 노래들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한 사람이라 즐겁다.
어떻게 생겼는지, 그의 전작들이 어땠는지, 그가 홈페이지(도!)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그저 그의 공연을 딱 한 번 오롯이 관람했던 (아마도 그가 좋아할만한, 손꼽아 고대할만한) 관객으로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책. :)

※왜 책 표지가 노란색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by AcidHouse | 2009/12/10 15:23 | Video, .. | 트랙백

캐스커(Casker) - Polyester Heart

캐스커 (Casker) - Polyester Heart
캐스커 (Casker) 노래 / 파스텔뮤직 (Pastel Music)
나의 점수 : ★★★★★



1. 역광
2. 빛의 시간
3. You
4. 칫솔
5. 2월
6. 아무도 모른다
7. 비밀
8. 너를 삭제 (Vocal By 하동균 Wanted)
9. 틈
10. 이명 (Inst.)
11. 만약에 혹시
12. 빙빙
13. Adrenaline
14. 너와 나 (Prelude)
15. Polyester Heart

캐스커를 처음 접했을 때는 하우스에서 좀 더 나아가 일렉트로니카와 시부야계, 라운지쪽에 막 빠져들었을 즈음이었다.
그리고 이런 아티스트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에서부터 적잖은 충격이었다.
 2003년부터 시작해 2005년에 융진(언니)를 영입하면서 완성된 이 그룹은 내가 이름과 음악을 접했을 때는 이미 1, 2집이
품절되어 구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한 곡, 한 곡에 들어가 있는 비트와 차갑고도 따스하며 아련하기까지 한 음색, 거기에 잘 어우러지는 보컬/허밍.

이 포스팅을 빌어 1, 2집과 3집 전 곡이 얼마간은 중독에서 빠질 수 없게 만들었다는 작은 고백을 해 본다.

발매는 작년 12월에 진작 했었지만, 3월에야 사게 된 곡에 들어있던 칫솔, 2월과 아무도 모른다의 흐트러짐 없는 몰입.
(좀 늦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늦지도 않았던 게 다행이었고, 곡에 푹 빠졌었다는 것도 다행이랄까..)
전반적으로 곡의 흐름은 앨범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는 게 캐스커의 놀라운 점이고, 각각의 곡이 갖는 비트와 리듬도
빠지지 않고 그 자체로도 매료될만큼의 느낌을 뿜어낸다는 것이 나의 감상이다.

융진 언니(라곤 하지만 아직 20대..-_-)의 보컬이 전보다 많이 늘었다.
전곡 추천의 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선호곡 선별에 유의를 했지만.. 아깝다.

귀에서 떠나지 않는 '칫솔, 2월, 아무도 모른다'의 흐름과 함께 잠시 감상 속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

by AcidHouse | 2009/04/19 02:16 | Audio, .. | 트랙백 | 덧글(2)

하지현-관계의 재구성

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지음 / 궁리
나의 점수 : ★★★★★






원래 고르려던 책의 옆에 자리하고 있던 다소 눈에 띄는 제목이라 충동적으로 집어들었다. 마치 '범죄의 재구성'이란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재구성'이라는 것이 어떤 제반 현상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는 사실이나 현상을 좀 더 잘 볼 수 있게, 혹은 분석하기 좋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뜻에 맞는 단어라면 이 책의 제목은 간결하면서도 책을 잘 설명하는 좋은 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세상의 칠판에서 관계 방정식 열두 개를 풀다'라는 부제는 그다지 신선하지도 와닿지도 않는 식상한 멘트였지만, 책 내용을 연관지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제목 같지 않은가! :)

저자, 하지현씨는 남자분이시다. (처음에 여자인 줄 알고 집었다 30% -_-)검색해 보니 지은 책, 감수하거나 번역하신 책이 꽤 있다.
정신과 전문의로 건국대학교 의대 교수로 계시고, 책을 보아하니 영화도 많이 보시는 모양이다. 책 표지에 쓴 대로 정말 영화를 '관계 설정'의 한 장場으로 보고 그에 걸맞는 분석을 해 놓았다. '부제'가 어색하지 않은 순간. 

12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제목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나이를 어림잡을 수 있는 행간도 볼 수 있고, 조금은 가볍게(어렵지 않으면서도 놓치는 대목이 없이)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등장 인물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심정적 대입법을 유도하려는 시도가 흥미로웠다. 책의 지문에 계속 나를 대입해가면서 읽어 내려가는 느낌은 롤러코스터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슬로우 모션으로 보며 감정과 생각과 '교류 및 교통'에 대한 나의 현재를 돌아보게 되는 그련 비유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체는 인생 선배의 조언을 술자리가 아닌 영화관에서 진득하게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딱한 구석이 없다.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 생활어를 남용하며 듣게 되는 그런 류의 조언 같이 폴폴 날아가는 깃털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중한 구석이 있고. 심리학이나 정신 병리에 대한 어려운 용어 대신 흘깃 지나치다 잠시 생각해 보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만큼 잘 풀어냈다. 그렇다고 문학적 소양이 뛰어나서 읽으며 눈문을 흘릴 수 있는 미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딱 읽기 편하고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좋은 글로 풀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게 이 꼬인 표현의 핵심이겠다. -_-a


300여 페이지와 함께 내 과거의 생각과 경험과 느낌들을 꺼내 곁에 두고, 끝을 본 후의 느낌은 자그마한 마음의 치료서를 무거운 마음으로 읽고 난 후련함이랄까.. 뿌옇게 먼지 쌓인 보물상자의 뚜껑을 대충 닦아내 열어서 그 안에 간직하고 있던 소중하다 생각했던 덩어리들을 차근차근 다시 살펴보고 조심스레 다시 넣어 단단히 잠근 경험을 한 것 같다.


더불어 소개된 영화나 책들을 찾아보고픈 충동이 일어나는 건 나와 저 건너편 대치점에 있는 상대와의 이해를 바라는 자그마한 희망적 노력의 발로가 아닐까 한다.주변의 관계에 대한 감사함으로 독서를 마칠 수 있어 좋았다고나 할까? :)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을 옮기며...

p. 221
 내 안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긍정해주는 사람, 자신의 불안과 약점을 드러내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사람, 자신을 내맡긴다는 불안이나 감정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라고 한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안다고 하진 못하겠다.

by AcidHouse | 2009/04/02 14:07 | Video,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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